와비·사비(侘び寂び): 일본 미의식이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이유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는 상점 창가에 놓인 햇빛에 빛바랜 물건에 이끌려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할아버지 댁에서 서랍을 뒤적거리다 숨겨져 있던 오래된 물건을 발견한 뒤 느낀 향수를 기억하시나요? 장엄한 자연 속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조용히 앉아 세상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이러한 경험 중 하나라도 공감 가는 것이 있었다면, 여러분 역시 이미 와비·사비라는 개념을 경험하신 것입니다. 혹시 이러한 순간적인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는 분이라고 해도 이번 기사를 읽어보시면 와비·사비라고 하는 일본의 미적 관념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해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형식이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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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란 무엇일까요? 완벽한 불완전성

앞에서 설명한 예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와비·사비는 간결하게 묘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단어의 기원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와비·사비는 두 단어가 합성된 것입니다. '와비'는 원래 '실의', '씁쓸함' 또는 '빈곤'을 의미하며, '사비'는 '퇴보'와 '빛바램'을 의미합니다.

단어적인 정의로만 미루어보면 우울한 느낌이 들며 슬프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의 와비·사비의 개념은 따뜻함과 삶의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어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와비'의 기원

이 용어가 발달해 가면서 '와비'는 '단순함 또는 자연 상태에 대한 감사'와 같은 의미로 번역되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자 앨런 와츠는 와비가 일종의 고독한 외로움을 상징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차의 책(The Book of Tea)'의 저자 오카쿠라 가즈오에게서 또 다른 해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서양에 일본의 차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영어로 집필한 책으로, 오카쿠라 씨는 여기에서 와비를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불완전' 또는 '미완성'으로 묘사합니다. 이러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느낌은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정서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전된 특별한 형태의 다도인 와비차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도 전문가와 와비의 관계는 우연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알아보고, 우선은 '사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비'의 기원

반면 사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바래고, 광택을 잃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일본어 동사 '사부'에서 유래합니다. 이는 고풍스럽거나 오래된 옷과 같이 따뜻한 친밀감을 의미하기도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비라는 단어는 점차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본질적인 인간성 없이 사비를 경험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사비가 세상의 자연을 바라다보는 고요하고 개인적인 고독과 같은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불교의 가르침과 하이쿠, 그리고 덧없는 순간의 아름다움

와비·사비는 선불교와도 관련되어 있고, '하이쿠'라고 하는 일본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시인 마쓰오 바쇼는 개구리가 만들어낸 잔잔한 연못의 메아리, 높게 자란 풀에 뒤덮여 잊힌 전사의 무덤,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 등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바쇼는 하이쿠를 통해 고독과 자연의 아름다움, 시간의 흐름,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정서는 삶 그 자체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과 관련이 있습니다. 존재는 무상, 고행, 공허의 세 가지 진리로 특징짓습니다. 와비·사비는 우리가 자기 연민 속에서 우울해지기보다도 이러한 필연적인 개념에서 오는 매력을 설명해 줍니다. 만약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즐기고, 자유로워졌을 때의 평화로움을 깨닫는 것입니다.

일본 다도 속 와비·사비, 와비 차(茶)

와비차 의식은 단순함에 중점을 두고 사물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감사를 보여줍니다. 와비차는 그것의 전신인 중국식 다도에서 격찬했던 화려함과 격식 없이 진행됩니다.

호화로운 중국식 다도는 무로마치 시대(1300~1500년대)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세련미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관습에 대한 반발로 생겨나는 것이 반문화인 것처럼 더 조용하고 단순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무라토 주코라는 이름의 승려가 와비에서 영감을 얻어 와비차가 탄생했습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사치스러운 도자기 잔 대신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모양이나 디자인에 결함이 있기도 한 일본식 토기 다기 사용을 장려했는데, 와비차의 탄생과 함께 이상적인 와비·사비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잘못 만들어지거나 깨진 것, 하지만 그것이 포인트입니다

무라토 주코는 오늘날까지 다도에 사용되는 많은 도구를 창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선불교 정신을 와비차를 불어넣었다고 합니다. 무라타는 '와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달의 매력이 구름 뒤에 부분적으로 가려졌을 때 강조되는 것과 같습니다.'
와비는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듯이 와비·사비는 우리에게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그것의 매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함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해줘서 사물이나 경험을 더욱더 현실적이고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와비·사비의 깨어진 아름다움: 긴쓰기와 황금빛의 재탄생

차 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와비·사비는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잔이나 찻사발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중국의 화려한 취향을 벗어버린 일본에서 반문화는 자연스럽고 불완전한 찻그릇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투박한 그릇이 깨진 뒤에는 그 개념이 더욱더 깊어 집니다.

도자기가 깨지면 당연히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자기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일본인들은 와비·사비를 마음에 품고 '긴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긴쓰기는 깨진 찻그릇을 황금 에폭시로 수선하여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게 됩니다.

긴쓰기는 와비·사비의 물리적 표현으로 인용되기도 합니다.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균열과 결함을 부각시키는 행위는 사물의 수명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를 숨기려 하기보다는 불완전에 주목하게 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방법으로 수선한 찻그릇은 새것보다 더 비싼 값으로 팔리는데, 이 때문에 한때는 일부러 그릇을 깨뜨리고 수선하여 만드는 것이 유행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긴쓰기와 와비·사비의 요점을 잃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맺음말

소셜미디어가 조작된 사진과 재가공된 시간을 통해 완벽한 삶을 투영하는 현대 세계에 와비·사비는 새 희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 와비·사비는 이를 단순함, 고요한 성찰, 그리고 빛나는 새것을 뛰어넘는 오래되고 낡은 것의 진가를 통해 반박합니다. 혹시 유행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차를 끓인 후 가장 좋아하는 오래된 찻잔을 꺼내서,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조용히 지켜보는 등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마지막으로 와비·사비, 긴쓰기와 관련 있는 일본 문화 중 흥미로운 것이 일본 민담의 쓰쿠모가미입니다. 쓰쿠모가미는 무생물로서 시간이 지나 오래된 물건에 신이나 정령이 깃들게 된 것을 말합니다. 뿌옇게 되어 낡은 거울, 오랫동안 사용해 온 망치, 금이 가서 수리한 찻그릇과 같이 어느 것이든 쓰쿠모가미가 될 수 있습니다. 쓰쿠모가미는 본질적으로 설화적인 존재이지만, 민간신앙에서 그들의 존재는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하는 것에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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