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소개: 시대를 앞서간 선구적인 연출가들

이따금 창조적인 인재들이 나타나 기존의 틀을 깨고 예술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매체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인물들은 그 시대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거나 과소평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일본에서 개봉한 많은 영화의 컨셉과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영화의 전체적인 표준을 만들고 일궈낸 소수의 일본 감독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들의 기술과 비전,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많은 서양 영화들의 제작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영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셨다면 이번 기사를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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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일본 영화를 특별하게 하는 것일까요?

일본 영화는 120년이 넘는 오랜 역사가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영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일본 영화 전체를 정의하는 것은 이 기사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이지만, 일본 영화만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는 핵심 요소들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일본 국제문화교류재단의 시니어 예술 프로그램 담당자 다케카와 준코 씨는 2016년에 일본 영화를 주제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일본 영화가 서양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할리우드와 같은 극적이고 절정을 맞는 결말은 부족하지만, 그것과 대조되는 스토리텔링 스타일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고 언급했습니다. 일본 영화는 규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어서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분투에 이입되어,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영화를 깊이 즐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 관심이 있는 서양 관객들은 일본 영화가 다른 세상, 심지어 일상적인 상황까지도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를 향한 통로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온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에는 각자의 시대에 기술, 영향력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세 명의 거장 감독과 한 명의 신진 감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서양의 영향을 받고, 서양에 영향을 준 감독

전설적인 감독이자 서구 영화를 모방하는 재주를 가진 작가인 구로사와 아키라는 60년에 가까운 활동 기간동안 엄청난 수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의 영화는 일본과 서구 양쪽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의 작품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유명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비록 구로사와의 영화들이 일본 배경과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받은  서구의 영향은 서양 문학의 고전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친화적인 캐릭터들과 주제들을 포함한 그의 이야기 스타일에서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그 예는 누아르 스타일의 탐정 드라마 '들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가장 잘 각색한 영화로 알려진 '거미집의 성'과 같은 후기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외부 매체가 금지되던 시기가 동서양을 혼합하는 구로사와의 재능이 발전되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일본에서 더 많은 영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와 노가 이 시기의 구로사와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가 '호랑이 꼬리를 밟은 사나이들'과 앞서 언급한 일본판 맥베스를 제작할 때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구로사와의 재능으로 할리우드에서도 곧 인기를 끌게 되어 구로사와의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 때 가장 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는 '숨은 요새의 세 악인', 구로사와의 영화 중 가장 유명한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 관객을 위해 각색한  카우보이 서부영화 '매그니피센트 7'이 대표적입니다.

구로사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순환하는 영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서구적인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은 서구 관객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일본 영화를 소개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사실 서양에서는 '라쇼몽'과 '숨은 요새의 세 악인'과 같은 사무라이를 주제로 한 작품의 성공으로 구로사와의 이름은 사무라이 영화와 동의어와도 같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가장 '일본적인' 감독

오즈 감독은 역대 감독 중 가장 '일본인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다미 샷'이라고 하는 이전에 없었던 독특한 카메라 앵글을 고안해내기도 했고, 그의 작품 '동경 이야기'는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인정받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하고 선구적인 감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오즈 감독은 그의 활동 기간(1929~1963년) 내내 혁신적이면서도 '일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화사들은 오즈 감독이 만드는 일본 사회와 일상에 관한 단편적인 드라마가 서구 관객들의 상상력을 결코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불평했습니다.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한 '다른 세상으로의 창'을 만들고, 유명한 다다미 촬영 기법을 이용해 캐릭터와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다다미'는 일본 전통 가정에서 대나무로 만든 바닥재를 말합니다. 다다미 촬영에 숨겨진 의도는 누군가가 다다미 위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높이에 카메라를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효과는 관객들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었고, 더욱더 긴밀한 관람 경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수많은 규칙에서 벗어나, 스크린에서 이야기를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독특한 컷과 장면 전환은 그 당시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일본 영화계가 외국 영화제 관객들의 입맛에 맞춘 영화를 만들던 시대에 오즈 감독은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느린 이야기를 만드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의 걸작 동경 이야기(1953년)에서 한 노부부가 부모님을 제대로 접대하기엔 너무 궁핍한 도쿄의 자식들을 찾아갑니다. 영화 중에 아버지가 '혼자 사는 날들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 언급할 때처럼 잠시 멈칫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동경 이야기에서 막내딸이 '인생은 실망스럽죠?'라고 말하면 시누이가 '네, 실망으로 가득해요'라고 대답하는 등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대사들이 많습니다. 이런 감성을 일본 사상가들은 '와비사비'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삶의 과도기'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벚꽃의 덧없는 아름다움과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 오즈 감독은 이러한 개념을 동경 이야기에 완벽하게 담아내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라는 명성을 굳건히 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실제로 극적인 절정은 없지만, 영화의 대사와 줄거리는 조용한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오즈 감독은 '생략'이라는 서술적 장치를 적절히 활용해서, 극적인 사건에 연연하기보다 그 결과를 선택하여 '인생이 흘러가는' 감정과 함께 할리우드 스타일과는 반대되는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오즈 감독의 영화는 슬픈 작품부터 가벼운 작품까지 다양하지만, 항상 그 보편적인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은 작가 지망생들의 영감의 원천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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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구치 겐지: 여성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다

미조구치는 1923년부터 1956년까지의 활동 기간에 페미니스트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성은 일본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완전히 실현되기 전부터 확립되어 있었고(1947년이 되어서야 보편적 참정권이 확립되었습니다), 그 당시로써는 매우 진보적이었습니다. 미조구치 감독이 페미니스트 성향을 갖게 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많은 사람이 추측해보기도 했는데, 어린 시절의 고난과 힘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게이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동생에 대한 감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미조구치 감독의 영화는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시대를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한 예로 1936년에 제작된 ‘기온의 자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오모차와 우메키치라는 두 게이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게이샤라는 직업이 마주치는 고난과 그들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에 맞서려고 과감히 노력하다가 궁극적으로는 몰락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영화 내내 이 자매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 결국에는 슬픈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장난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번역되는 오모차는 게이샤의 존재와 관련된 성적 예속을 저주하게 됩니다. 비극적인 결말은 남성 지배적인 사회에서 게이샤의 역할에 대한 오모차의 싫증난 시각을 한 번 더 확인시켜 줍니다.

같은 시대의 다른 영화들이 남자 주인공들에게 초점을 맞추거나 가부키를 영화로 각색한 반면, 미조구치는 자신의 렌즈를 여성과 그들의 사회적 문제에 돌렸습니다. 미국 학자이자 일본 영화 교수인 게이코 맥도널드는 미조구치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을 ‘곤란에 처한 여성들’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들은 아직도 남성과 재물이 지배하는 세계에 패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맥도널드는 "그녀는 저항 속에서도 인내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사람입니다. 일본 관객들은 전통적으로 순응과 반항, 의무와 개인주의 사이의 갈등에 익숙합니다."라고 더욱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Klook.com

곤 사토시: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에 영감을 줄 때

1984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은 이전 세 감독의 작품보다 훨씬 최근 작품입니다. 그의 때아닌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곤 감독의 모든 스펙트럼의 예술적 재능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왜 '영화'로 생각해야 하는지 증명하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곤 감독의 작품을 보여주면, 그 세계에 몰입하여 반박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곤 감독의 주된 스토리는 꿈의 세계와 초현실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현실의 법칙을 깨뜨리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컷, 페이싱, 그리고 '카메라' 각도를 활용한 전통적인 영화 기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스토커 드라마 '퍼펙트 블루'(1997년), 초현실주의 걸작 '파프리카'(2006년) 등의 작품에서 곤 감독은 상상력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세계를 그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퍼펙트 블루와 파프리카와 같은 작품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보면 곤 감독의 시각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여러 다른 영화 줄거리에 많은 영감을 주고 심지어 영화 '레퀴엠'에서는 몇 가지 시퀀스를 모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레퀴엠'의 욕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퍼펙트 블루'의 특별히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영화 '블랙 스완'에서도 몇몇 장면들은 '퍼펙트 블루'를 연상시키며, 다중인격의 현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압도적 주제는 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합니다.

'파프리카'(2006)의 줄거리와 이미지는 할리우드 대작 '인셉션'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현실과 꿈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셉션의 상징적인 회전 복도 액션 시퀀스를 파프리카의 뒤틀려 있는 복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파프리카의 주인공이 빈 공간을 유리처럼 깨기 두드리는 장면입니다. 인셉션에서는 등장인물의 빨간 옷까지 동일하게 이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베꼈다'고 하기도 하지만, '오마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든 곤 사토시의 애니메이션은 다른 매체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서구 영화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맺음말

물론 이외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일본 감독들이 많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고 계신다면 위에서 언급한 네 명의 감독의 작품부터 시작해 보세요. 여러분에게 전 세계 창작자들의 심금을 울린 일본 영화를 접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타이틀 이미지: WildSnap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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