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성한 동물 중 가장 귀여운 ‘이나리 여우’의 모든 것!

일본 신사에 방문해 보셨다면 한 번 정도는 여우상을 본 적이 있으시지요? 이 대표적인 여우상의 모델은 ‘이나리 여우’ 혹은 ‘이나리키츠네’로 알려진 동물로, 일본 전역에 걸쳐 약 3만 곳의 신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석상 자체가 귀엽기도 하지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대 일본 문화에서 이나리 여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번 기사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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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여우’란?

일본 신토(神道, 일본의 전통적인 신앙)에서는 자연에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여느 다신교와 마찬가지로 신은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관장합니다. 바다의 신이나 태양의 신같이 말이지요. ‘이나리 신’은 쌀과 차, 술을 관장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문화에서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고 계신다면, 일본 전체 신사의 약 1/3이 이나리 신을 모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신들은 자신을 대신해 그 뜻을 전달해 줄 아바타 혹은 전령 역할을 맡는 동물을 고릅니다. 이나리 신은 하얀 여우를 선택했다고 여겨지는데, 이 때문에 수많은 이나리 신사에서는 신사의 수호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여우상을 놓아둡니다.

일본 역사에서 여우가 의미하는 바는?

일본 옛이야기에서 여우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장수하는 동물로 그려지고는 합니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여우는 우키요에(17~19세기 성행한 일본 목판화)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특히, 이나리 신이 점지한 전령으로 일컬어지는 하얀 여우는 악한 영혼에 대항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사에서 볼 수 있는 이나리 여우상은 보통 붉은 턱받이를 하고 있습니다. 신토에서 붉은색은 신의 색상이고, 질병과 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겨집니다.

여우는 자애로운 동물로 높이 평가받기도 하지만, 한편 모략꾼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일본 설화에서 여우는 욕심이 많거나 자만에 빠진 사람을 벌하기 위해 장난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점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혹은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이로 변신한다는 사실입니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을 하룻밤 재워주고 나면 다음 날 아침, 그 여인과 함께 집안의 식량과 귀중품이 사라져 있거나, 특히 짓궂은 여우들은 집주인이 잠자는 동안 그의 머리를 박박 깎아 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대 일본 문화에서의 이나리 여우

최근에는 신토를 믿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신토에서 유래한 전통과 관습은 지금도 여전히 일본 사람의 일상생활에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나리 여우에 대한 이미지 역시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이나리즈시

니기리즈시(밥 위에 얇은 생선이 올라간 일반적인 형태의 초밥)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익숙하지만 '이나리즈시'는 생소한 형태의 초밥입니다. 이 요리는 스시나 국수를 파는 식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유부초밥’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설화에 따르면, 여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유부'입니다. 이나리 신이 관장하는 쌀과, 여우가 좋아하는 유부로 만든 음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나리즈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어느 지역을 방문했느냐에 따라 이나리즈시는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판매됩니다. 일본 동부에서는 직사각형 모양의 유부에 식초로 양념을 한 밥이 들어있습니다. 서부의 이나리즈시는 좀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밥에도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가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모양도 삼각형을 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여우의 귀 모양을 나타냅니다.

여우 가면

일본 축제에 가면 색색의 가면을 파는 노점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하얀 여우 가면도 판매합니다. 이 가면은 원래는 신토 종교의식 중 춤을 추거나 연극을 할 때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번영을 기원하는 장식적인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종교의식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여우 가면이 사용되는 행사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12월 31일에 열리는 행사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여우는 이날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도쿄에 있는 오지 이나리 신사(王子稲荷神社)를 찾아온다고 합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오지 여우 행렬(王子狐の行列) 행사 때에는 수백 명의 참가자가 여우 가면을 쓰거나 얼굴에 여우 그림을 그려 행진에 참여합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이나리 여우

일본 문화에서 애니메이션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이나리 여우가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만화에 나오는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유명한 작품인 포켓몬스터나 나루토에도 등장합니다. 특히,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이나리, 콘콘, 코이 이로하>에서는 '이나리 후시미'라는 이름의 소녀가 물에 빠진 여우를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근처 신사의 여신이 이 사실을 알고 이나리 후시미에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로 주는데, 이는 바로 일본 설화에서 여우가 가진 것으로도 알려진 능력이기도 합니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교토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실재하는 유명 신사인 '후시미 이나리 신사'가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에 교토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겁게 볼만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꼭 가봐야 할 이나리 신사 BEST 6

이나리 여우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면,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만큼 좋은 장소는 없겠지요. 일반적으로 붉은색 도리이(나무 기둥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문)가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성스러운 장소에서, 수많은 여우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 3만 곳 이상의 이나리 신사가 있으니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지 고민되는 분들을 위해 저희 츠나구 재팬이 신사 6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大社)’는 일본 주요 이나리 신사로 여겨지는 동시에 가장 상징성 있는 곳입니다. 입구에 터널 같이 연달아 늘어서 있는 1만여 개의 붉은 도리이를 바라보면, 왜 이곳이 꼭 가봐야 할 관광 명소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이나리산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은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다른 사람이 나오지 않는 도리이 사진을 찍고 싶으신 분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신사는 24시간 오픈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분이시라면 위와 같은 사진을 찍을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가사마 이나리 신사

'가사마 이나리 신사(笠間稲荷神社)'는 13세기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신사로 이바라키에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일본 3대 이나리 신사에 속합니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같이 많은 도리이가 세워져 있지는 않지만, 인상적인 건축 양식이 전 세계에서 연간 3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정 연휴에는 단 3일 동안 8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신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광경은 바로 수령 400살에 달하는 두 그루의 등나무로, 매년 5월이면 은은한 보랏빛 꽃이 아름다운 지붕을 만들어냅니다. 가마사 지역은 일본 내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니 기념품으로 수제 이나리 여우상을 구입해보시면 어떨까요?

도요카와 이나리 신사

도요카와 이나리 신사(豊川稲荷) 경내에 들어서서, 전통적인 형태의 도리이를 지나가다 보면 방문객들을 주시하는 두 금강역사(金剛力士, 불교의 수호신)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치현의 도요카와 이나리 신사는 신사인 동시에 사찰이기도 한데, 이런 곳이 드물기는 하지만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선 건물들은 거의 600년 동안 훌륭하게 보존되었는데, 그보다도 유명한 것이 바로 13제곱킬로미터 부지 곳곳에 놓인 수천 마리의 이나리 여우상입니다. 어느 신사를 찾아봐도 이렇게 많은 이나리 여우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빨간 턱받이를 한 신사의 수호신들이 경사면을 뒤덮으며 이나리 신을 경배하는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모토노스미 신사

모토노스미 신사(元乃隅稲成神社)는 관광객들이 흔히 방문하는 지역과는 약간 떨어진, 부산이나 규슈와 가까운 야마구치현에 위치한 신사입니다. 이 신사는1955년 하얀 이나리 여우의 명령에 의해 건립됐다고 추정되며, 123개의 도리이가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에서 본당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즐비한 모습이 특징적입니다. 언덕 가장 위 마지막 도리이의 위쪽에는 특이하게도 상자가 매달려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이 상자 안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서 소원을 비는데, 동전을 넣는데 성공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모토노스미 신사는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니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유토쿠 이나리 신사

사가현 가시마시에 위치한 유토쿠 이나리 신사(祐徳稲荷神社)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정받는 신사입니다. 1687년 지어진 곳으로, 다른 신사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건립된 신사이지만 일본 3대 이나리 신사 중 한 곳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림 같은 주홍빛 다리를 건너가면 방문자들은 곳곳에 도리이가 서 있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게 됩니다. 그 끝에는 마치 신사 경내를 내려보는 듯한 모습으로 높이 18m의 본당이 세워져 있습니다. 또한, 신사 내에 꾸며진 일본식 전통 정원을 구경하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계절에 따라 모란꽃이 아름답게 만개합니다. 또, 옛날 영주들이 입었던 역사적인 갑옷이 전시된 박물관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게이힌 후시미 이나리 신사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가와사키에 지어진 게이힌 후시미 이나리 신사(京浜伏見稲荷神社)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인 동시에 도쿄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이나리 여우상과 관련해서는 다른 신사의 여우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굉장히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백팔번뇌를 의미하는 108개의 여우상에 세워져 있는데, 저마다 다른 색과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작은 후지산 모양의 석상도 있습니다. 첫눈에 '우와'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깜짝 놀랄만한 이 석상은 전통적인 소재가 아니라 후지산에서 채취한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나리 여우는 실제로 있나요?

붉은 턱받이를 하고 신사를 지키는 이나리 여우의 전설은 석상 형태로만 남아있지만, 이들은 실제 일본에 사는 여우를 모델로 합니다. 여우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던 당시에는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나리 여우 전설은 다양하게 발달했습니다. 요즘의 현대 도시에서는 이런 공생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미야기현 산지에 위치한 ‘자오 여우 마을(蔵王キツネ村)’에서는 100마리 이상의 여우가 방목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 손에 익숙해진 이곳의 여우들은 관광객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갑니다. 일본에서 여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바로 이곳이 가장 가까이에서 여우를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지요.

마무리하며

다음번 일본 신사에 방문하실 때는 이나리 여우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를 놓치지 마세요.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이나리즈시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높은 신분인 여우 친구를 사귀어서 손해 볼 일은 없겠지요!

 

타이틀 이미지 출처: KiraKiraAng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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