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아게 vs 치킨" 당신의 선택은?

가라아게. 여러 번 들어 보신 적이 있는 단어일 겁니다. 딱 한 번에 떠오르지 않더라도 사진과 함께라면 무엇인지는 대충 감이 잡히실 겁니다. 한국의 이자카야, 이제는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데다, 심지어 순살 후라이드 치킨과 비슷한 맛과 모양이니까요. 최근에는 가라아게 레시피, 에어프라이어로 가라아게 조리법 등, 다양한 정보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가라아게’는 한국 치킨과는 상당히 다른 요소들이 있습니다. 치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라아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은 한국 TOP 치킨 브랜드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일본 가라아게 협회의 ‘가라아게니스트’로 인정받은 제가, 한 번 제대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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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아게(唐揚げ)란?

가라아게란 닭고기, 생선, 채소 등의 다양한 재료에 가루를(주로 밀가루나 녹말가루) 가볍게 묻혀 고온의 기름에 튀긴 일본 요리입니다. 가라아게는 그 표기 방식을 살펴보면 그 역사와 정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통상 ‘唐揚げ’라고 표기하는데, 이는 중국 '당(唐)'에서 전해져 온 튀김 요리(揚げ)라는 뜻입니다. 또한 ‘空揚げ’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빌 공(空)+튀김(揚げ)’ 즉, ‘물 또는 계란이 섞여진 튀김반죽’ 단계 없이 튀겨진 음식임을 뜻합니다. 이 표기는 ‘비어있다’는 의미가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기 때문에, 젊은층으로 갈수록 唐揚げ라고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저도 식당이나 수퍼에서 주로 唐揚げ라고 쓴 것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가라아게 레시피

가라아게는 간장, 요리술, 생강 등의 밑간을 한 후, 밀가루, 녹말가루, 쌀가루, 갈분(칡뿌리 가루) 등을 재료에 묻혀 튀겨냅니다. 감칠맛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옅은 갈색이 될 때까지 튀겨내면 바삭한 식감이 완성됩니다. 뼈를 발라낸 순살 닭고기 가라아게가 대표적이지만, 닭날개, 닭껍질, 닭연골처럼 닭의 다양한 부위로 만들기도 하고, 우엉이나 양파와 같은 채소 그리고 대구와 같은 흰살생선류, 또는 전갱이 등으로도 만든답니다. 

‘치킨’과 ‘가라아게’, 차이는?

자, 이제 가라아게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하셨을 테니, 한국 ‘치킨’과 ‘가라아게’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음식 모두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딱 잘라 ‘이렇게 분명히 다르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인 조리 방식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①치킨은 원재료인 닭뿐 아니라 튀김 반죽에도 각종 양념을 넣어 맛을 냈다는 점, ②튀김반죽을 묻히고 튀김 가루를 다시 묻혀 튀긴다는 점, 그리고 ③엄청나게 바삭해 보이는 겉모습이 큰 차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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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어떻게 만들어서 우리집에 오는가?

그 동안 수많은 치킨을 드시면서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던 분들을 위해 ‘후라이드치킨’을 기준으로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치킨은 ‘마리네이드-배터링-브래딩’이라는 세 가지 큰 조리과정을 거쳐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이 며느리도 알지 못하는 비법의 총 집합체이기는 하지만, 일부 조미액이 이미 잘 스며들어간 생닭에, ‘마리네이드’라고 부르는 닭의 잡냄새를 없애 주는 추가 양념 과정을 거칩니다. 허브류와 청주 등을 활용한 숙성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후 배터링(Battering) 즉, 물과 섞은 각종 양념가루로 만든 튀김반죽에 마리네이드된 닭을 넣고, 브래딩(Breading,튀기기 직전에 식품 표면에 가루를 묻히는 과정)을 통해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비주얼을 만들어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업계 용어로는 ‘컬(Curl)’이라고 표현하는 물결 모양의 표면이 형성되고, 비주얼면에서나 식감면에서 바삭함이 극대화되는 것이죠.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치킨은 한 마디로 원재료, 튀김반죽, 튀김가루 모두에 강렬한 양념을 입힌 데 비해, 가라아게는 약간의 양념을 입힌 원재료에 튀김반죽을 묻히는 과정 없이, 비교적 순수한 튀김 가루만을 입혀 약간의 바삭한 식감을 살린 요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전체 과정에 있어 치킨은 서양 조리 요소가 많이 활용되는데 비해, 가라아게는 일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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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잘 어울리는 가라아게

조리 과정을 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치킨은 강렬한 맛으로 술과 잘 어울리는데 비해 가라아게 조금은 순한 맛을 가졌기 때문인지 밥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라아게 만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지만, 사진처럼 가라아게 정식으로도, 가라아게동(가라아게를 올린 덮밥)으로 먹기도 합니다. 식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으니 도시락 반찬 메뉴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한국에서도 ‘치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니 치킨도 많은 분들이 덮밥, 백반으로 자주 먹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지역 대표 가라아게 : 미야자키현 치킨난반(チキン南蛮)

제가 좋아하는 미야자키 지역의 가라아게를 한 가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치킨난반입니다. 닭고기 가라아게를 난반식초(식초에 설탕, 미림, 간장, 양파볶음 등으로 단맛을 더한 조미액)에 담가 적신 후 타르타르 소스를 뿌려 먹는 미야자키현(宮崎県)의 대표 요리입니다. ‘난반(南蛮)’이란 남쪽 오랑캐를 의미하는데, 무로마치시대 후기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등의 사람들이 동남아시아를 통해 일본 남쪽으로 들어왔고, 이들 서양인들 요리의 영향을 받아 생긴 이 조리법(튀김을 파, 고추 등을 넣은 식초에 담궈 먹는 방식)을 ‘난반요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가라아게에 곁들여 먹는 것

치킨에 곁들여 먹는 것은 단연 소금 후추와 치킨무죠. 가라아게 역시 소금과 함께 먹기도 하지만, 레몬, 마요네즈, 폰즈(간장, 다시, 유자/귤 등의 산미를 더한 조미료. 한국의 초간장과 유사)를 곁들이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난반즈케에는 타르타르를 함께 곁들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레몬을 뿌리는 것인데, 후라이드 치킨과 치킨무가 함께 할 때 느끼하지 않고 가장 맛있게 치킨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가라아게에도 산미를 더하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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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언제나, 가라아게, 맥주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라아게에 곁들여야 할 최고 궁합의 음식은 맥주겠죠. 가라아게와 맥주는 계절에 상관없이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여러분도 가라아게와 맥주로 더욱 행복한 저녁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참, 서두에 말씀드린 일본 가라아게 협회의 ‘가라아게니스트’ 검정은 협회 홈페이지(http://karaage.ne.jp/kentei/shiken.html)에서 테스트만 통과하면 누구에게나 발급된답니다. 제가 알려드린 가라아게 지식이라면 바로 합격 가능하실 겁니다.

이슬 작가님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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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프로필

SURU
SURU
세상의 모든 먹을 것과 그것을 둘러싼 공기에 대해 글을 씁니다. 광고회사를 잘 다니다 시원하게 때려 치고, 일본으로 가 오사카 츠지 조리사 학교 조리사 본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외식회사에서 메뉴 기획자로 일하며 덕업일치의 최전선에 서있습니다. 특기는 이자카야 일본어.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글 : SURU (인스타그램 @lively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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